응답하라 1988 단순 로맨스 어딘가 2030여성들이 많이보는

 응답하라 1988 단순로맨스 어딘가  2030 여성들이 많이 보는

20대, 30대 여성에게 일상은 늘 빠르게 흘러갑니다. 일과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마음 한편이 항상 바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요즘,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를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 드라마는 성공과 경쟁이 아니라, 1980년대 말 골목길에 사는 다섯 친구와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며 시청자를 조용한 동네로 초대합니다. 그래서 한 편을 보고 나면, 잠시 친정집에 다녀온 듯한 묘한 안도감이 남습니다.

 단순 로맨스를 넘어선 따뜻한 생활극

처음 보면 「응답하라 1988」은 첫사랑과 삼각관계, 학교생활이 담긴 평범한 청춘 로맨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로맨스가 이야기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한 골목에 함께 사는 다섯 친구와 그 가족들이 있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은 TV를 보며 웃고, 반찬을 나누고,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도 금세 화해합니다. 혼자 살거나, 고향과 떨어져 지내는 2030 여성에게 이런 풍경은 낯설면서도 그리운 장면일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늘 바쁘게 돌아가는 현재와는 다른, 조금 느린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큰 사건 대신, 힘든 날에 누군가 건네는 한 끼 식사와 농담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반복해서 보여 주며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 줍니다.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가족과 인물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부모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따뜻하고 어설픈 어른들입니다. 돈 걱정을 하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하고, 서툴게 잔소리를 하다가도 속으로는 아이들을 누구보다 아끼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2030 여성 시청자는 이런 장면에서 자신의 부모, 혹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여주인공 덕선 역시 요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완벽한 여자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부도 애매하고, 성격도 덜렁거리고, 때로는 서운함을 티 내기도 하지만 친구와 가족을 향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큽니다. 덕선과 친구들이 서툴게 사랑하고, 시험 걱정을 하고, 집안 사정을 신경 쓰는 모습은 우리의 10대 시절을 조금 과장 없이 다시 보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잘난 사람”의 성공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열여덟 살을 다정하게 조명하는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3. 2030 여성이 반복해서 다시 보는 이유

2030 여성에게 「응답하라 1988」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같은 작품입니다. 과장된 극적 장면보다는, 오래된 집과 골목, 부모의 뒷모습,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수다 같은 이미지가 자꾸 마음속에 남습니다. 드라마는 우정이 어떻게 오래 이어지는지, 부모가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감사 인사를 차마 말로 못 하고 지나쳐 온 순간들이 무엇인지 천천히 보여 줍니다. 그래서 힘들거나 외로운 날, 일부러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는 시청자가 많은 것도 이해가 됩니다. 보면서 크게 웃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괜히 가족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자극 없이 편안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응답하라 1988」은 분명 한 번쯤 정주행해 볼 만한 선택입니다. 작은 화면 속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늘 하루의 소소한 순간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