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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 성인 지원 (치료 중단, 사회적 고립, 통합 케어)

by k블로썸 2026. 3. 10.

뇌병변장애 성인 지원

18세가 되면 뇌성마비 치료가 갑자기 중단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스칼렛 머레이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이 충격적인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뇌병변장애는 평생 지속되는 질환인데, 성인이 되는 순간 물리치료도, 보톡스 주사도, 정기 검진도 모두 사라진다니요. 저 역시 장애인복지 분야를 공부하면서 아동기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을 느꼈지만,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그 심각성이 훨씬 더 와닿았습니다.

18세, 치료가 멈추는 날

편마비(Hemiplegia)를 앓고 있는 스칼렛은 어린 시절 통합적인 치료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편마비란 뇌성마비의 한 유형으로, 신체 한쪽(왼쪽 또는 오른쪽)에만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성장기마다 보조기를 착용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근육 경직을 완화하기 위한 보톡스 주사를 맞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전문가들이 서로 긴밀히 소통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18세 생일을 앞두고 마지막 검진을 받던 날, 모든 게 갑자기 끝났습니다. 뇌성마비는 여전히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데 치료만 중단된 겁니다. 이후 왼쪽 다리에 통증이 생겼을 때, 그녀는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뇌성마비 때문인 것 같은데 보톡스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어야 했습니다. 의학 전문가도 아닌 환자 본인이 자신의 치료를 스스로 판단하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겁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통증과 불안

스칼렛은 출산 후 왼쪽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편마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좌골신경통이었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통증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새로운 통증이 생겨도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뇌병변장애인의 통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매년 물리치료사가 관절 가동 범위(ROM, Range of Motion)를 체크해줬습니다. 여기서 ROM이란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 각도 범위를 뜻하는데, 뇌성마비 환자는 근육 경직으로 인해 이 범위가 점점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물리치료사는 이 정보를 보조기 전문가에게 전달했고,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조기를 제작했습니다. 모두가 협력해서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환자 본인이 모든 걸 스스로 파악하고, 판단하고, 요청해야 합니다. 제가 복지 현장에서 만난 한 성인 뇌병변장애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릎이 아픈데 이게 장애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다른 병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누가 종합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뇌병변장애 성인의 20~50%는 나이가 들면서 운동 능력이 저하됩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중재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성인이 됐으니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개인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공백 문제입니다.

뇌성마비를 가진 사람들끼리 처음 만난 날

스칼렛은 왕립 의학회(RSM) 행사에 참석하기 전까지, 뇌성마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다고 합니다. 영국에만 13만 명의 성인 뇌병변장애인이 있는데, 그들은 서로 고립되어 살아갑니다. 그녀는 일반 학교에 다녔고,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없었습니다.

행사에서 한 연사가 "발뒤꿈치-발가락-발가락-발가락"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참석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건 뇌성마비 아동들이 물리치료 시간에 반복해서 듣는 보행 지시입니다. 그 순간 방 안 가득 공감의 물결이 퍼졌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 "이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유대감이 생긴 겁니다.

저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장애인 당사자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의 주된 동반장애는 언어장애 26.1%, 뇌전증장애 12.4%, 지적장애 10.7% 순으로 나타났는데, 의사소통 방법은 83.2%가 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스칼렛은 특히 뇌성마비를 가진 부모들을 만난 게 큰 의미였다고 했습니다. 그녀 역시 어린 딸을 둔 엄마인데, 장애가 있으면서 육아를 하는 게 어떤 건지 물어볼 사람이 주변에 없었습니다. 행사에서 만난 한 연사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래를 보여주는 롤모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평생 질환, 평생 케어가 필요합니다

뇌성마비는 임신, 출산 또는 직후 뇌 손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뇌 손상 자체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치료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뇌성마비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신체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전 생애에 걸친 재활과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Up 단체 같은 성인 뇌성마비 운동 단체들은 통합적인 성인기 치료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 정기적인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접근성 보장
  • 보조기, 보톡스 등 의료적 중재의 지속적 제공
  • 다학제 팀(물리치료사, 정형외과 의사, 보조기 전문가 등)의 협력 시스템 구축
  • 통증 관리와 이차적 건강 문제에 대한 종합적 모니터링

일각에서는 "성인은 아동만큼 가소성이 없어서 재활 효과가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성인기 재활의 목표는 '기능 향상'만이 아니라 '기능 유지'와 '이차 합병증 예방'입니다. 제가 만난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도 "성인 뇌병변장애인에게 재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렛의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이지만, 동시에 13만 명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그녀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장애로 인한 외로움이 신체적 어려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뇌병변장애는 평생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지원 체계도 평생 이어져야 합니다. 18세라는 임의의 선을 그어 치료를 중단하는 현행 시스템은 당사자들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는 Up 단체의 캠페인이 성공해서, 성인 뇌병변장애인들이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뇌병변장애가 '아동기 질환'이 아니라 '평생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장애 아동의 부모라면, 자녀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장애인 어른 롤모델을 만날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시길 권합니다. 그게 아이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참고: scarlettmurray.co.uk
https://www.mohw.go.kr
https://www.karm.or.kr